Friday, July 15, 2011

식량자원 투자에 관심 갖자

약 10년 전, 필자가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일했던 시절의 경험담이다. 당시 호주는 장기 가뭄으로 많은 농장과 목장들이 매물로 나왔다. 경제일간지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紙에 매물 광고가 많이 게재됐다. 이런 매물의 바이어를 호주(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다. 임대 수입이 거의 없고 개발 가능성이 희박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토지 보유에 수반된 세금 부담도 한 요인이었다. 에이전트들은 해외 바이어를 주로 물색했다.
1개 분기(석달) 동안 나온 농장과 목장 매물의 땅 면적을 모두 합하니 제주도보다 큰 땅을 살 수 있다는 흥미로운 통계를 보고 한국 지상사 관계자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매입 권유를 하기도 했다. 단기 투자 시각에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자는 권유였다. 장기적인 고려 사항은 식량 자원, 즉 미래의 먹거리를 염두에 둔 투자 제안이었다.
최근 호주 언론이 아시아계 기업들의 토지 매입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호주한국일보도 지난 1일자(금)에 ‘중국의 호주 땅 사재기 논란’이란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 한국일보 본지도 6일자(수)에 “관광 지하자원 갖춘 호주 퀸즐랜드 - 한국인이 부동산 큰 손으로, 1년간 2500억원 토지 매입...외국인 중 1위”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한 바 있다. (6일자 관련 기사 참조) 한국 기업의 호주 토지 매입은 거의 대부분 광물 자원과 관련돼 있다.
데일리텔리그라프지와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지, 브리즈번의 더 쿠리어메일 등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사는 이번 주에 일제히 아시아 기업들의 호주 토지 매입을 크게 보도했다. 데일리텔리그라프지는 5일자에 켑코(KEPCO: 한국전력공사)가 바이롱벨리(Bylong Valley) 일대를 약 1800만불로 매입했다면서 ‘아시아인들이 역사적인 목축지를 사들인다(Asian land grab on historic cattle stud)’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켑코는 영국에 본사를 둔 자원 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사로부터 이 지역 석탄 채굴권을 4억3백만불을 주고 매입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같은 광산 채굴 움직임에 지역 주민들은 ‘바일롱벨리보호연대(Bylong Valley Protection Alliance)’를 만들어 역사적인 호주 농지가 외국 자본에 팔리는 현상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최근 막대한 외화를 활용하면서 정부 공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호주 언론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주 호주 언론은 중국 국영기업 쉔후아 워터마크 석탄공사(Shenhua Watermark Coal)가 NSW주 북서부 거네다(Gunnedah) 지역 농가 대지 43개를 2억1천3백만불에 매입한 사실과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제시해 농부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외국 정부 투자기관이나 공기업이 땅을 대거 사들이면 눈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외국 기업의 호주 토지 매입이 계속되면 지역 주민들의 반발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지자체들이 주정부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고 연방정부에게도 외국자본투자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매우 영리한 수순을 밝고 있다. 광산 투자나 식량 개발을 염두에 둔 토지 매입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식음료 기업들을 조용히 인수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일본 아사히맥주가 호주 식음료업계 2위 기업 인수에 이어 최근 3위 기업의 주스 사업부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과 식량 자원이 광물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소중한 재원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의 대호주 투자는 그동안 광물 자원개발에 치중됐다. 앞으로 식량자원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투자가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 됐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본 기업들의 투자 행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조용하면서 실속을 챙기고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는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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